味의 향연

[왕십리역] 천재지변도 꺾지 못한 양갈비를 향한 의지 [길상참숯양갈비]

프리덤테이스트 2023. 8. 20. 19:22

#양고기 #왕십리 #맛집 #길상참숯양갈비 #동북음식 #중국음식


있을 유, 뜻 지, 마침내 경, 이룰 성...양고기에 한 잔하겠다는 결의에 찬 그와의 행보는 태풍도 막지 못했다. 끝내 기가 막힌 맛집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 위치 : 서울 성동구 행당로17길 19-1
● 영업 시간 : 15:00 ~ 24:00 (매주 월요일 휴무)
● 예약 난이도 : 중 (태풍만 아니면 사람 무조건 있을 수밖에 없는 집이다.)
● 주차 : 동남민영주차장, 성동민영주차장
● 전화번호 : 02-2296-7758

근본 있는 메뉴판

보통 동북 음식을 취급하는 곳들은 메뉴가 한 판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것이 기본인데 여기는 일단 메뉴가 몇 개 안된다. 왜 그런지는 먹어보면 안다.

숯불통

숯불의 재가 올라오지 않도록 덮개가 씌워져서 나온다. 근본있는 식당이라는 것이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느껴졌다. 구멍 사이로 보이는 숯은 참했다. 야자탄, 육각숯 같이 싸구려 숯은 아니었다.

밑반찬도 깔끔하게 양파절임, 쨔차이, 땅콩이다
양갈비 하나, 양삼겹 하나
다 구워진 양삼겹 한 조각
사장님 아드님의 은혜로운 손길

양고기의 맛은 신선함과 굽기 스킬이 좌우한다. 고기질은 머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사장님 아드님이 직접 구워주시는데 노자의 도덕경에 등장하는 구절이 생각났다. "약팽소선 : 정치는 마치 생선을 굽는 것과 같으니, 너무 구워도 안되며 덜 구워도 안된다." 개소리인 듯 개소리 아닌 것이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간추리면, 기가 막히게 구워주신다는 뜻이다. 무뚝뚝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이 프로답다.

가지튀김, 이건 꼭 시켜야한다.

굴소스 살짝, 후추 살짝, 튀김옷은 바삭

스덴 접시에 담겨나올 때부터 이미 게임 끝이다. 스덴 그릇에 담으면 겉이 금방 식는만큼 바삭함이 배가 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 패치된 동북음식점은 가지요리에 소스가 없이 나오기 힘들다. 왜냐, 튀김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 가지튀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길림대 교환학생시절, 학생들 사이에서 파란간판집이라 불리던 전설의 식당에서 맛본 가지튀김과 우열의 가리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만큼 동북 본토 손맛에 가까웠다.

이거 한 뚝배기로 소주 두 병 가능하다. 육천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기가 가득하고 고추가 듬뿍 들어가 칼칼함이 일품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시원함 그 자체다.
저 꽈리고추부터 새우 머리, 꼬리까지 다 먹어치웠다. 의자 빼고 다 튀겨낸다는 중국 요리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다.

태풍으로 인해 손님이 없어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선족 중국 이모님이셨는데,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양고기보다 요리가 메인인듯한 느낌을 받은 이유가 있었다.

기대 않고 방문했는데 태풍속을 뚫고 간 보람이 있었다. 중국 동북 지방에서 먹을만큼 먹고 다닌 입장에서 쓴 주관적인 맛평이라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중국은 가본 적도 없는 같이 간 친구도 감탄했으니, 맛집인 것만은 분명하다.

빗줄기가 거세져서 각 1.5병으로 마무리했으나, 다음번엔 반드시 테이블 가득 술병으로 채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