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의 향연

[뚝섬역]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진한 국물 (성수찰순대국)

프리덤테이스트 2023. 9. 3. 18:44

숫자 지옥에 빠져 야근으로 아픈 머리를 치유할 때 자주 들르는 곳이다. 오랜 시간 촉촉함을 유지하는 수육, 진한 국물, 사장님표 담근 김치, 친절함, 네 박자가 어우러진 명품 식당이다.

● 위치 :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4길 30 1층

● 영업 시간 : 월~금 기준 10:00 ~ 22:00 (16:00 ~ 17:00 브레이크타임 / 주말, 공휴일은 09:00 ~ 21:00)

● 예약 난이도 : 중 (사람이 유독 몰리는 날이 있어 단체 예약 시, 당일은 좀 빡세다)

● 주차 : 성동구민종합체육센터 주차장

● 전화번호 : 0507-1371-1068

소주병 겉에 결로(结露) 현상이 일어나는 걸 보면 이 식당에서 소주가 얼마나 차갑게 잘 보관되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이상하게 순대국을 먹을 때는 참이슬 후레쉬만한 것이 없는데, 나만 그런 건가 싶지만 다른 테이블을 둘러봐도 모두가 같은 걸 보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주문한 얼큰순대국(10,500원 *일반 순대국 : 10,000원)
건더기가 듬뿍 들어있는 모습

이 식당에 오면 얼큰이를 항상 주문하는데, 다데기외 청양고추가 좀 더 참가되어 신라면 수준의 칼칼한 정도 매운맛이 매력이다. 일반 순대국을 주문해도 다데기는 별도로 주문 가능하나, 일반 순대국에 다데기를 넣는 것과 얼큰이의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사진에 올라간 부추는, 별도의 종지에 기본으로 나오는 부추를 본인이 듬뿍 넣은 모습을 찍은 것이다. 부추는 손님의 취향에 따라 양껏 넣어먹을 수 있도록 별도의 그릇에 담아 주시는 데 이게 또 이 식당만의 별미다.

돼지뼈를 깊이 우려내어 뽀얀 국물에 머릿고기 및 기타 부속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순대국과 가격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데 퀄리티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은 사장님의 가게 운영 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머릿고기 수육(17,000원)

요즘 17,000원에 이 정도 양이 나오는 곳이 없다. 양도 양이지만 구성이 좋다. 부추와 깨가 사정 없이 흩뿌려져 나오는데 고기의 잡내는 잡고 고소함은 더해준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릇 아래 뜨끈한 육수가 숨어있어 시간이 지나도 촉촉함이 사라지지 않도록 수분을 공급해 준다. 스팀 마사지를 떠올리면 되겠다.

기본 찬, 일부분 먹고 나서 찍은 사진이라 좀 지저분하게 나온 것은 사죄드린다.

기본 찬은 깔끔하게 필요한 것만 내주신다. 청양고추(매우 매움) 2개, 직접 담근 맛김치, 깍두기, 부추(일부 먹어 없앤 모습이라 그런데 엄청 많이 주신다.), 새우젓, 마늘, 쌈장, 총 7종이다. 여기서 더 많아도 덜해도 아쉬울 법한, 순대국에는 최적화된 구성이다. 특히, 별미는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 맛김치와 깍두기다. 짜지 않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셀프바에서 무한으로 갖다 먹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갖다 먹다가 남기면 너무 아까우니 적당히 자셔야겠다.)

회사 근처에 훌륭한 순댓국집이 있다는 것은 큰 복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맛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내가 있고, 함께 느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삶의 큰 복지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내일 출근을 앞두고 심란한 마음이 좀 정리가 되어 감사한 생각이 든다.

내돈내산으로 작성한 후기이며,

별로면 안 올립니다.